목표와 불안을 나누며

점심 때 Fast Track Asia에서 한 시간 헛소리를 하고 왔는데, 간단히 덱을 준비했다가 쓰지 못하니 머리가 좀 엉켰다. 이미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겪어보신 분들과 달리, 뭐 할 말이 있어야 말이지.

준비하면서 크게 두 가지 해야지 생각했다. 첫째, 상대적으로 여성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우리 팀 소개하기. 여성적인 조직문화를 뭐라고 정의할 지는 애매하지만, 지난 주 같은 시간에 세션을 했다는 친구가 대놓고 “너희 회사엔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해”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둘째, 지난 2년간 경험하면서 내가 느꼈던 것들 가능하면 개인적인 맥락에서 나누기.

조직의 문화나 리더십 스타일은 각각에 맞는 옷이 있고 뭐가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난 우리 회사의 습관이나 문화나 리더십 스타일이 좋고, 목표와 불안을 모두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나중에 조인한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지는 생각해보니 자신이 없다. 물어봐야할 듯). 회사 문화 말하면서는 주로 폴 빙의를 해보려고 애썼는데, 사람들 체크인 시키고, 기대치 듣고, 만족도 점수도 받았다. ㅋ

개인적으로 느낀 점들은 이런 얘기들 했다.

  • 사람은 다 불안하고 약하다. 또 사람들은 각기 다 다르다. 이걸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나만 불안하고 에너지 고갈되는 거 아니다. 다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고 두려운데 센 척 할 뿐이다. 할 수 있으면, 가능하면 팀 안에서는 서로의 불안을 받아주자. 그리고 사람들이 동기 부여되는 방식은 각자마다 다르다는 거 잊지 말자.
  • 성공을 주의해서 해석하자. 성공 요인은 대부분 사후 해석 혹은 재가공이고, 앞에 나와서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많지만, 그 성공을 함께 만든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사실에 가까울지 모른다. 그리고 남의 성공을 따르지 말자. 내 성공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게 먼저다. 돈 많이 벌어도 그 과정에서 내가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잃거나 상처주면 성공했다고 하기 어렵고, 내가 성공했다고 부러워하고 우러러보는 사람들도 가까이에서 개인적인 삶을 들여다보면 젤 소중한 한 명도 행복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삶일 수 있다.
  • 편한 지대를 벗어나자. 나를 성장시키는 건 일할 때 편치 않고 불편한 사람, 불편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작은 회사일 수록 나랑 비슷하고, 같은 학교 나오고 비슷한 경험 가진 사람들로 채우기 쉬운데, 할 수 있으면 다양한 사람들을 태우고, 많이 그러나 잘 싸우고 불편해하자.
  • 말하고 듣는 걸 일로 하자. 팀 멤버들과 정기적으로 1:1 하고 그 말을 “잘” 듣고 “잘” 말하는 걸 업무로 여겨야 한다. 그러나 스타트업에서 그런 거 챙길 여유가 없는 것 서로 뻔히 알지. 필요하면 지금 나랑 잠깐 이야기할 수 있냐고 보스에게 말하고, 우리 회사 식으로 하면, 지금 너무 힘든데 저 잠깐 스팟코칭해주실 수 있냐고 시간 뺏으면 된다.

때로 지치고 힘들며 이 길이 맞나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또 나를 위해 기도했다. 목표와 불안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도.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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