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간만에 알콜이 들어가니 넋이라도 있고 없고. 별로 마시지도 않았는데 뭐니 너. 한 시간을 못자고 깨서는 편두통과 위경련에 방을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이 예민스런 성격 고쳐야 할텐데, 나이를 먹어도 전학 간 초등학교 교실에서 배 아프다며 집에 가겠다고 떼쓰던 애는 내 안에 그대로다.

예민한 내가 맘에 안든다고 했다가 완전 반대의 이야기를 적는다.

자극엔 역치가 있다. 뭔가 소중한 걸 느끼고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면서 살고 싶으면 함부로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극에 익숙한 채로 살지 않도록. 엄마표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다 한 끼 바깥밥을 먹으면 몸이 바로 반응한다. 야 이건 MSG 왕창 첨가 음식이잖아, 왜 나한테 이런 걸 넣고 그러니.

물론 이런 밥만 먹고 살면 스스로를 너무 예민하게 만들 수도 있어. 남들은 멀쩡할 때 혼자 탈나서 음식에 문제가 있다고 난리나면 살기 피곤하지 않겠냐는 말이지. 그치만 농약에 절인 음식, 조미료로 맛을 낸 음식을 알아볼 몸을 잃고 편히 썩고 싶진 않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예민하고 상처 잘 나는 상태로 나늘 두는 것이 나답다. 긴장 좀 했다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체기에 잠을 설쳐도 그게 나다우니까, 그냥 이대로 예뻐할거야.

한성은
한성은
데이터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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